프로이덴탈의 수학화 교수 학습

By | November 14, 2010

이 글은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정리한 자료입니다. 참고용으로만 사용하시고, 다른 웹사이트로 복사해가지 마세요.

1980년대 이후에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폴리야의 수학 문제해결 교육론과 더불어 근래 주목을 받아 온 이론이 프로이덴탈의 수학화 교수․학습 이론이다. 프로이덴탈은 인간활동으로서 ‘현실주의적 수학교육(realistic mathematics education) 이념’을 구현하고자 한다.

프로이덴탈은 명제체계로서의 과학보다 활동 그 자체로서의 과학을 생각하고, 과학은 그 연구 문제와 연구 방법 및 연구 태도가 적절성, 일관성, 공공성이란 특성을 갖는 활동인 바, 결과적 지식인 명제 체계로서의 과학의 특성인 진리성은 과학의 준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과적 지식으로서의 과학은 국소적인 연역적 체계 이상이 아니며, 논리적으로 닫힌 체계 즉 완비된 연역 체계인 과학은 존재하지 않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수학은 절대적으로 확실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완전한 지식체계이며 상기, 곧 발견을 통해 알게 된다는 전통적인 플라톤적인 관념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프로이덴탈의 이러한 관점은 브라우어의 직관주의 수리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수학을 기본적인 직관을 바탕으로 일련의 정신적 활동에 의해 구성되어 가는 것으로 보는 직관주의 수리철학적 입장은 프로이덴탈의 수학화 교수․학습론의 기초가 되고 있다.

(1) 수학화의 의미

프로이덴탈은 수학적 개념, 구조, 아이디어 등의 본질이 물리적․사회적․정신적 세계의 현상을 조직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견되어 왔다고 주장하는 바, 이러한 본질과 현상의 관계에서 교수학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 즉 본질과 현상의 관계가 교수․학습 과정에서 어떻게 획득되는 가에 주목하는 것을 강조하며 이를 ‘교수학적 현상학’이라고 불렀다. 즉 프로이덴탈의 교수학적 현상학은 수학적 개념과 구조라는 본질을 그 본질이 조직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어떤 현상과 관련하여 기술하고 교수학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덴탈은 이러한 교수학적 현상학을 바탕으로 수학화 교수․학습론을 주장한다. 프로이덴탈에게 있어서 수학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이며, 수학적 활동의 본질적인 특성이 바로 수학화 활동이다. 프로이덴탈은 현상이 그것을 정리하는 수단인 본질로 조직되고, 그 본질은 다시 현상이 되어 새로운 본질로 조직되는 끊임없는 재조직화의 과정으로 수학을 설명하면서, 현상을 본질로 조직하는 이러한 과정을 ‘수학화’로 명명하였다. 다시 말해서 수학화란 현상을 수학자의 필요에 맞게 적절히 손질하여 새로운 것, 즉 본질로 조직해내는 조직화 활동이며, 수학화 과정은 이러한 현상과 본질의 교대작용에 의해 수준 상승이 이루어지는 불연속적인 과정이다. 이 때 현상이란 현실적인 경험일 수도 있고 수학적인 경험일 수도 있으며, 수학화란 수학적 개념, 아이디어, 구조 등을 포함하는 수학적 수단에 의해 현실의 경험을 조직하거나 수학적 경험을 체계화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이덴탈은, 수학을 수학적 활동의 결과로서의 기성수학과 수학화 활동에 초점을 둔 실행수학으로 구분하면서, 학생들이 학습해야 하는 수학은 바로 수학화 활동으로서의 실행수학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트래퍼스는 수학화를 수평적 수학화와 수직적 수학화가 서로 교대로 일어나는 과정으로 보았다. 수평적 수학화는 현실 내의 문제장면을 형식적인 수학적 처리가 가능하도록 변환하는 것을 의미하고 수직적 수학화는 세련된 좀 더 높은 수학적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이덴탈은 현실적인 것으로 체험된 세계에서 좀 더 추상화된 기호의 세계로 이행되는 것을 수평적 수학화로, 추상화된 기호의 세계에서 기호들이 계속 형성되고 이해되고 반성되는 것을 수직적 수학화로 구분한다. 이런 구분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수학 수업에서 도외시되었던 실험하기, 관찰하기, 귀납적 추론, 분류하기 등과 같은 좀 더 구체적인 활동이 기호화, 일반화, 형식화와 마찬가지로 수학화 과정에 적합하다는 것을 명백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학화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공간의 여러 형상을 도형으로 파악하는 것은 공간을 수학화하는 것이고, 여러 가지 법칙에 따르는 자연계의 양의 변화 관계를 함수로 파악하는 것은 현실 세계를 수학화하는 것이고, 기하를 대수적 방법으로 다루는 것은 기하를 대수화하는 수학화이다. 또한, 해석학을 수치적인 방법으로 재구조화하는 것, 지렛대의 법칙이나 무게 중심의 법칙을 대수화하는 것, 미시적인 경제 현상이나 파동, 전파와 같은 물리 현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 실행 수학

학교 수학에서 수학화를 주장하게 된 것은 수학의 연역적인 체계만을 중히는 현대화 운동에 대한 비판으로, 프로이덴탈을 비롯한 많은 수학교육학자들이 수학을 닫힌 체계로 제시하는 데 반대하고 수학을 학습하는 최선의 방법은 학생들의 창조적인 활동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수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학생들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관점은 수학을 완성된 지식 체계로 보아 온 전통적인 수학 인식론에서 수학을 인간의 활동으로 보는 수학 인식론으로서의 인식론 자체에 대한 변화와, 수학을 인간의 활동이라고 할 때 활동을 배우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수행해보는 것이라는 활동주의적 교육관에 기인한다.

인간 활동으로서의 수학의 측면을 폴리야는 ‘발생 상태로서의 수학’, 라카토스는 ‘비형식적 수학’, 프로이덴탈은 ‘실행 수학’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런 인간 활동으로서의 수학이 간과되고, 단지 수학은 기성 산물인 지식의 완성체, 형식적 체계로 인식되어 왔고, 그 결과 학생들에게는 기성 수학이 논리적 체계에 따라 배열된 교과로서의 수학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수학자들의 창조적 활동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수학적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활동이 필수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며, 수학의 역사적․개인적인 발생 메커니즘과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프로이덴탈은 이런 관점에서 수학의 연역적인 체계만을 중시하고 그것을 초등화하여 지도하는 것을 ‘반교수학적 전도’라고 비난하고, 수학의 형식화는 처음이 아니라 나중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수학의 유용성은 응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 수학만을 주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수년간 수학을 배우더라도 그것을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응용하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수학은 인간의 활동인 동시에 하나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은 닫힌 체계로서의 수학이 아니고 창조적인 활동으로서의 수학, 즉 현실을 수학화하는 과정, 수학을 수학화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하였다.

프로이덴탈은 현실을 매체로 하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이 바로 수학이며 지속적인 수준의 비약에 의한 현상과 본질의 교대 작용이 이루어지면서 조직화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올바른 수학 교수법은 수학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자가 자신의 수학을 창조하듯이 학생들이 스스로의 활동을 통해 수학화 과정을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수학의 본질적인 측면을 체험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수학자가 하는 활동을 어린 학습자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대상들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학 학습의 출발점은 가능한 한 구체적인 학생의 현실이어야 한다. 또한 수학 학습의 과정은, 학생의 현실 안에 내포되어 있는 수학적인 현상들과 수학적인 요소들을 알아내어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함으로써, 수학적인 수단으로 조직하고 이와 관련된 수학적인 구조를 창조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학생들 수준에 적합한 현실과의 고리가 항상 연결되어야 한다.

이전의 수학 교수․학습은 학생들의 수준에 적합한 현실에 대한 수학화 그리고 수학에 대한 수학화 과정이 간과된 채, 극히 추상적인 수준 그리고 이미 조직된 수준에서의 수학적 활동만이 강조되었다. 이렇게 학습자에게 부과된 수학적 지식은, 학습자에게 이해되지 못한 채 ‘밖에’ 머물게 됨으로써, 학생들이 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안목을 형성하고 수학의 유용성을 체험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프로이덴탈은 수학은 관계가 풍부한 현실에서 발생해야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그것들이 창조된 후에 적용 가능하고 다음에 재창조를 위한 기반이 됨을 강조하고, 이런 수학의 재창조 가능성과 적용 가능성을 ‘발전적 조작 가능성’이라 명명하면서 수학교육에서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새수학’을 주장하던 현대주의자들은 수학의 완성된 지식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수학화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수학을 단지 학생들에게 적절한 표현으로 바꾸어 제시하기만 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인하였다. 이런 관점에서는 학생들이 직관적인 사고 수준에서 형식적인 사고 수준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불연속적인 여러 수준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함으로써 학생들에게는 지식의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표층’만이 제공되었다. 그 결과 지식의 ‘심층’에 있는 일반적인 아이디어와 연결되지 못함으로써 학생들의 지식으로 내면화되지 못하였고 학생들의 현실과도 동떨어진 채 응용될 수 없었던 것이다.

프로이덴탈은 형식적으로 부과되는 수학이 학습자에게 내면화도지 못함으로써 계속 학습자 밖에 머물게 되어 살아 있는 지식이 되지 못하고 학습자의 인격의 한 부분이 될 수 없음을 비판하였다. 프로이덴탈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만인을 위한 수학’을 주장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미 완성된 지식이 아닌 본래 자료로서의 현상을 많이 제공함으로써 학습자 자신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수학을 재발명해 나가도록 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수학화 활동을 통해 학습자는 수학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안목을 가질 수 있으며, 결국 수학은 학습자의인격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3) 안내된 재발명

프로이덴탈이 주장하는 수학화는 교수학적으로는 재발명을 의미하는 바, 학생들은 교사의 안내 하에 감정이 이입될 수 있는 현실로부터 수학화 활동에 의해 주관적 의미를 갖는 수학적 내용을 재발명해 나가는 과정을 학습과정엣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프로이덴탈은 아동의 현실을 중시하는 ‘안내된 재발명’ 방법에 대해서, 학습자는 인류의 학습 과정을 수정된 방식으로 재현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아동의 정신적 발달은 역사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현실을 출발점으로 해서 이미 발명된 수학을 아동 스스로 개선된 방법에 의해서 재창조해 나간다는 것이다.

프로이덴탈의 안내된 재발명 방법은 전통적인 연역적 형태의 수학 수업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기되어 온 ‘역사 발생적 원리’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 방법은 이러 가지 내용 사이의 지도 순서를 인류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던 순서대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며, 발생적 원리는 수학적 개념을 발생되는 것으로 보고 그 발생을 수업 과정에 재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세기 초 메란Meran 교육과정을 주도했던 클라인은 수학교육에서 개체 발생은 종족 발생을 압축된 순서로 재현한다는 역사 발생적 방법에 따라, 청소년들의 자연스러운 소질이 인류 전체가 원시상태로부터 더욱 높은 인식에 이르는 그 길을 따라 천천히 높은 대상 그리고 마침내는 추상적인 형식화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프로이덴탈은 재발명 방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고 실험’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고 실험은 수업 장면과 수업 내용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수업 장면과 관련된 사고 실험은, 교사나 교과서 저자가 한 학생 도는 한 그룹의 가상적인 학생들과 그들의 반응을 생각하면서 그에 따라 가르치거나 저술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수업 내용과 관련된 사고 실험은 어떤 수학적 개념을 발명했거나 수학적 방법을 개선한 개인 수학자의 마음속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추측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사고 실험이란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재발명을 돕기 위해서, 학생의 입장과 반응을 고려함과 동시에 자신의 입장에서 개인 수학자의 마음에 대해 추측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인류의 학습 과정을 반복해야 하고 교육자들은 그들을 돕는 것이 의무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배워야 할 수학을 각인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수학화 과정을 재발명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재발명이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그 필요성이 인식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필요성은 학생들이 낮은 수준에서 행한 행동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질 때, 즉 자신이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생겨난다. 그리고 이러한 재발명을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상황, 아동들이 현실적․구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맥이 제시되어야 하며, 학습자의 현실에서 출발해서 교사의 안내에 의해 수학화 경험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4) 반성적 사고

프로이덴탈은 수학적 사고 수준을 크게 ‘바닥 수준’과 ‘탐구 수준’으로 구분하면서 바닥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 전통적인 수학교육의 가장 커다란 오류임을 지적하였다. 프로이덴탈은 바닥 수준으로부터의 점진적인 수학화를 주장하는 바, 바닥 수준의 활동을 탐구 수준의 활동과 구분하여 비수학적인 활동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실제 수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탐구 수준의 수학적 활동을 준비하는 예비 수학적 활동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닥 수준의 활동이 탐구 수준에서 반성됨으로써 비로소 학생의 학습 과정에서 수학이 시작되는 바, 바닥 수준의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생의 현실적 경험을 수학화하는 것이며, 바닥 수준에서의 수학화 활동이 계속적인 수준의 비약에 의해서 좀 더 세련된 수학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프로이덴탈은 수학화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수준의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정신적 활동이 바로 반성적 사고라고 보았다. 프로이덴탈은 반성이라는 용어를 ‘거울처럼 비추어 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서 탐구하고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자기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것, 즉 내관이 뒤따른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것이며, 자기가 한 것, 느낀 것, 상상한 것, 생각한 것 또는 자기가 하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 상상하는 것, 생각하는 것에 대해 반성하는 것이다.

프로이덴탈은 아동은 자기의 말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하고 자기 자신과 말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고에 대한 반성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서, 아동들이 ‘왜?’라고 묻기 시작하고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질문을 하거나 타인의 말을 자신의 사고 속에 비추기 시작할 때 반성적 사고의 경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해 ‘너는 어떻게 그것을 아니?’라고 질문을 받을 때 ‘나는 그러게 생각해요’라고 하는 답변은 어른들이 무시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고의 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사고를 수학 학습에서 연장시켜야 하는 것이며, 외부에서 부과된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서 제기된 반성적 사고의 틀을 따라 유도되는 반성 과정은 진정한 의미의 반성적 사고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수학교육의 현실은 그러한 자연스런 사고 과정을 개발시켜 주는 촉매제의 구실을 한다기보다는 알고리즘적인 성향을 강조하고 현실과의 관련성이 결여된 수학을 학습하기 때문에 아동들은 자신의 활동에 대한 반성을 해 보려는 어떤 기회도 제공받지 못한다. 아동들에게 스스로 활동해 볼 기회와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지도로 인해 아동들은 사고하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전에 사고하는 법을 망각해버린다. 그러므로 반성적 사고를 통해 학습자로 하여금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함으로써, 학습자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의식하고 확실성을 추구하는 수학적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5) 현실과 결부된 수학

수학은 수학화를 통해 발생하며, 수학화는 ‘현실’을 수학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재발명 방법은 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현실을 수학화하는 경험을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현실은 생명력 있는 원초적인 현실이어야 한다. 현실 세계를 수학화한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원재료로서의 원초적인 현실, 즉 여러 소음이 혼합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비본질적인 요소를 제거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수학적 본질을 찾고, 메시지를 감지하며, 조직화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상화되고 조직화된 기성 수학을 먼저 제시하는 경우에, 학생들은 수학적 본질에 대해 풍부한 의미를 감지하지 못한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수학을 자신의 안목으로 통합하지 모하고 현실 내에서 적절히 그것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수학화를 통한 수학 학습지도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원초적 현실에서 수학적 본질을 찾고 형식화해 나감으로써 현실과의 밀접한 관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수학화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수학화 경험을 통해서 수학에 대한 보다 수준 높은 이해와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수학적 수단을 사용할 줄 알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것을 응용 가능성이라고 한다면, 이는 처음에는 수학 그리고 나서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현실 세계에서 출발해서 수학화 과정을 거치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과의 밀접한 관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학적으로 정련된 설명과 단순한 수학적인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 풍부한 문맥을 학생들에게 제시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수학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풍부한 문맥은 전반적인 수업 과정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바, 그 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는, 현실 세계의 문맥을 직관적으로 탐구하는 단계이다. 이것은 문제의 수학적 측면들을 알아내고 규칙성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단계는 학생들간의 상호작용, 학생들과 교사와의 상호작용 그리고 학생들의 형식화․추상화 능력과 같은 요인에 의존해서, 현실 상황으로부터 수학적 개념을 추출해내는 수평적 수학화의 단계인데, 여기에서는 수학화 과정에 대한 반성이 필수적이다. 세 번째 단계는 형식화와 추상화가 중심인 수직적 수학화의 단계로서, 예상되고 결과적으로 발생되는 수학적 개념에 대한 기술과 엄격하고 형식적인 정의가 뒤따른다. 네 번째 단계는, 개념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개념을 강화하고 일반화하는 응용적 수학화의 단계이다.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 해결된 문제는 현실 세계에 대한 학생들의 관점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상의 수학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 스스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교사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발문을 통해서 사고 활동을 촉진시키고 학생들이 자신의 활동을 반성하게 하고 종합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6) 수학화 교수․학습

프로이덴탈은 수학 교수․학습에 있어서, 학습자의 현실에서 수학화에 적절한 학습 상황을 선택하여, 조직되어야 할 현상으로부터 출발하여 본질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서 학습자의 현실이란, 학습자가 상식에 입각하여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거인 바, 현실은 학습자에 따라 그 수준과 종류가 다를 수 있다. 프로이덴탈은 학습자의 마음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외적인 기성 수학을 그 자체의 논리적 전개 순서에 따라 가르치는 것을 수학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파악하였다. 현상으로부터 본질에 이르도록 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본질을 단지 학습자에게 부과하는 접근 방식을 ‘반교수학적 전도’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프로이덴탈의 수학화 교수․학습론은 기하 영역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프로이덴탈에 의하면, 기하는 학생이 살고 숨쉬고 움직이는 그런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학생은 더 잘 살고 더 잘 움직이기 위해서 공간을 알고 조사하고 지배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러므로 기하 지도는 공간 내의 현상을 수학적으로 조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학생이 공간 내의 현상을 조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기하 도형을 이해하게 되면 이제 학생은 도형을 조직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여러 가지 평행사변형을 관찰한 학생은 평행사변형의 정의를 제시하지 않고도 평행사변형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과정에서 교사가 평행사변형의 형식적 정의를 일방적으로 학생에게 전달하며, 그 결과 학생들은 평행사변형의 정의를 재발명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또한 기존의 대부분의 기하 교육과정은 수학적으로 조직된 제재를 가지고 시작함으로써 학생들이 비수학적 제재를 수학화하는 방법을 학습할 좋은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프로이덴탈에게서 공리와 정의로부터 시작하여 연역적 증명을 부과하는 교수법은 반교수학적 전도에 해당된다. 전통 기하에서는 심지어 정의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기도 하는데, 정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전에 정의한다는 것은 교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 수학에서 정의는 연역 사슬에서 연결 고리에 해당하는 바, 단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기 위해 정의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모든 개념의 정의를 제시하는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정의하는 기회를 막는 것이다.

학생이 마름모와 평행사변형이 무엇인가를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면, 학생은 마름모와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시각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평행사변형의 대변은 평행하고 길이가 같고, 대각의 크기가 같으며, 이웃하는 두 내각의 합은 180〫이고, 두 대각선은 서로를 이등부하고, 대칭의 중심을 가지며, 합동인 두 개의 삼각형으로 분리될 수 있으며, 합동인 평행사변형으로 보도를 포장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적 특성들은 조직화를 필요로 한다. 연역은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연역은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조직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예컨대, 평행사변형의 여러 성질은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이들 중 어느 하나가 다른 것들을 이끌어 가는 기본 성질이 된다. 그래서 정의가 도입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정사각형이 왜 마름모가 되는지, 마름모가 ㅙ 평행사변형이 되는지가 분명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은 정의하는 법을 배우고, 정의란 그것이 기술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 즉 정의는 대상의 여러 성질에 대한 연역적 조직화의 수단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프로이덴탈은 훌륭한 기하 교수는 많은 것을 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습 내용을 조직하는 법을 배우고 조직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배우는 것, 개념화하는 법을 배우고 개념화가 의미하는 바를 배우는 것, 정의하는 법과 정의가 의미하는 바를 배우는 것 등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서 훌륭한 기하 교수는 학생들이 특정한 조직화, 특정한 개념, 특정한 정의 등이 왜 다른 조직화, 다른 개념, 다른 정의보다 더 바람직한 이유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프로이덴탈은 기하를 지도하는 진정한 방식은 학생들이 기하를 활동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 즉 학생들로 하여금 기하를 재발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습자의 현실로부터, 그리고 증명이 조직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요구되는 현상을 학생들에게 제시함으로써 증명이 자연스럽게 도입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이덴탈이 학생들로 하여금 기하를 재발명하는 데 있어서 중심적인 활동으로 제안하는 것이 바로 ‘국소적 조직화’ 활동인 바, 국소적 조직화는 ‘전반적 조직화’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전반적 조직화는 기하의 전체 영역을 정의와 공리로부터 출발하는 공리 체계로 조직하는 것이다. 반면에 국소적 조직화는 공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접하고 있는 영역에서 참이라고 인정되는 사실, 즉 학습자의 실제로부터 시작해서 부분적으로 조직화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적인 수학자들이 수학을 창조하고 적용할 때 행하는 활동이 바로 국소적 조직화 활동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지도 방향은 공간의 여러 형상을 도형으로 조직화하여 도형의 성질들을 발견하도록 한 다음에, 그런 성질들을 조직하는 수단으로서 정의를 도입하고 그 성질들을 증명을 통해 국소적으로 조직화함으로써 학생들 스스로 명제를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듯이 증명은 국소적 조직화 활동을 통해 그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되며, 이렇게 지도된 증명만이 수학적인 안목이 되어 생활 및 과학의 도구로서 실제적인 응용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전체적으로 조직된 형식적인 수학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수학적 현실로부터 부분적으로 조직화하는 국소적 조직화 경험을 통하여 조직화의 수단으로서의 증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증명의 의미를 이해하게 하는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소적 조직화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수학의 명제는 논리적으로 서로 관련되어 있고 서로 다른 것에 종속된다는 개념을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하 교수에는 이런 측면들이 결여되어 있다. 전통적인 기하 교수에서는 학생에게 자신의 공간적 경험을 조직할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에 교과 내용이 이미 조직화된 구조로 제공된다. 개념, 정의, 연역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는 교사나, 자신의 모든 비밀을 교과서 구조 안에 조심스럽게 구축해 놓은 교과서 저자에 의해 개념, 정의, 연역 등이 미리 고안되며, 학생들은 그것들을 단지 부과 받을 뿐이다. 정의로부터 시작하여 형식적 구조를 지도하는 현재의 방법은 그 원시적인 특이 어디서 유래된 것인가를, 다시 말해서 수학자들이 연역 체계를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가를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지 못한다.

참고문헌

  • 김남희 외 5인, 수학교육과정과 교재연구, 경문사, 2008.
  • 김양희, 수학교육론 특강, 경문사, 2005.
  • 김진, 수학교육론, 현대고시사, 2005.
  • 신현성, 수학교육론, 경문사, 2002.
  • 우정호 외 2인, 수학교육학개론, 서울대학교출판부, 2003.
  • 우정호, 수학 학습-지도 원리와 방법, 서울대학교출판부, 2005.
  • 우정호, 학교 수학의 교육적 기초, 서울대학교출판부, 2005.
  • 황혜정 외 5인, 수학교육학신론, 문음사, 2004.
  • Richard Skemp, 황우형 옮김, 수학학습심리학, 사이언스북스, 2001.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