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교수학적 상황론

By | January 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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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중심의 전통적인 수학교육에서는 관련된 지식을 이용한 알고리즘의 논리적 유도와 해설 및 예시 그리고 그 적용연습이 중심이 되어 왔다. 그러나 교육학자들은 교수활동이란 근본적으로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화를 바탕으로 학습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보고,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에서와 같이 대화를 통해 지식의 발견을 돕거나 학습자 자신의 독자적인 활동에 의해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도록 안내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생활문제 상황 속에서 문제해결의 도구로서 수학적 지식이 구성되기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교수학적 의도가 없는 환경은 학생들에게 획득하기를 기대하는 많은 지식의 학습을 유발하기에는 불충분하다.

(1) 교수학적 상황

브루소가 말하는 ‘수학 교수학적 상황’이란 학생이 어떤 수학적 지식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사, 학생, 환경 사이의 관계상황이며, 교사가 교수학적 의도가 담긴 문제상황 속에서 학생과 상호작용하는 상황이다. 교수학적 상황에는 탐구활동 상황, 이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활동 상황, 형식화 상황, 의사소통 상황, 추측 상황, 증명 상황, 반박 상황, 구성된 지식에 체계화된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화 상황 등 여러 가지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유형이든 지도하고자 하는 수학적 내용의 본질을 잘 학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상황으로 생각된다. 브루소의 ‘수학 교수학적 상황론’은 목표로 하는 수학적 개념의 본질을 터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수상황, 수학적 개념의 본질이 실제로 기능하는 교수상황을 어떻게 정교하게 구성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이론이다.

브루소는 수학적 개념은 수학자들이 불완전하지만 일관된 관념이 무의식․암묵적으로 문제해결에 사용되는 ‘원형수학적 개념protomathematical concepts’ 단계, 개념이 아직은 조직화되지도 않고 이론화되지도 않은 친숙한 용어로 나타내어지는 상태로, 수학자들은 그것들이 이론적인 개념의 자격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들을 잘 알고 있고, 수학화를 필요로 하는 어떤 모순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론적으로 조종하며 도구로 사용하는 ‘의사수학적 개념[aramathematical concepts’ 단계, 개념 자체가 분석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연구되어 ‘이론적인 수학적 개념mathematical concepts’으로서의 위치가 부여되는 단계를 거쳐 발전되어 왔다고 본다. 그리고 그는 그와 대응하여 교수상황을 단계적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원시수학적 개념과 의사수학적 개념 단계는 수학적 개념에 의미와 풍부한 배경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교수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교수학적 상황론은 기서의 이론적인 수학적 지식을 곧바로 가르치는 데에서 비롯되는 ‘형식적 고착’의 문제를 해소라고 이해를 위한 교육의 문제를 수학적 지식의 역사 발생적 상황을 단계적으로 경험하게 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브루소는 문제해결에 수학적 지식을 암묵적으로 사용하는 ‘해동상황’, 그러한 지식을 의식하고 표현하는 ‘형식화 상황’, 형식적으로 표현된 지식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타당화 상황’과 교사가 개입하여 학생들의 구성 결과를 공인하고 정리하여 이전 지식과 관련지어주는 ‘제도화 상황’으로 수학 교수상황을 단계적으로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전개과정에서는 특히 의사교환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한 지식의 구성이 강조된다. 이는 스켐프와 Byers/Herscovics가 제시한 도구적 이해수준, 직관적 이해수준, 관계적이해 수준, 형식적 이해수준과 대략적으로 비교될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일상적인 비형식적인 접근을 시도하면서 탐구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미리 정해진 복잡하고 난해한 게임 규칙을 이해하고 정형화된 경로를 따라 교사가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전략을 개발하고 정당화하고 형식화하면서 논의를 통하여 개념을 구성하게 된다. 브루소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수학에 대한 강제된 흥미가 아니라 내적 흥미를 유발시키며, 이렇게 유발된 흥미는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탐구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브루소는 ‘딘즈의 블록을 이용한 넓이측정 상황’이 ‘구조화된 놀이’를 통해 구성되어 결국 ‘주르뎅 효과’를 일으킨다고 지적하며 ‘종이 한 장의 두께를 재는 측정 상황’과 그에 따른 지도를 바람직한 방법으로 소개하였다.

학생 나름의 접근을 통하여 문제상황을 이해하고 구성한 것을 표현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학화하도록 안내하기 위해서는 교사는 지도내용에 대한 교수의도를 분석하여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교수의도가 결여된 환경은 학생들에게 획득하기를 기대하는 지식의 구성을 유도하기에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브루소는 교수의도란 측면에서 교수상황을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그 하나는 ‘교수학적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수학적 상황adidactical situation’이다. 먼저 교수학적 상황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시할 ‘문제’를 사려 깊게 선택하여 학생들에게 인지적 불균형을 야기하고 기대했던 적응을 이끌어 내려고 시도한다. 그러한 문제는 점차 학생들 스스로 동기화되어 행동하고 생각하며 발전해 가도록 선택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문제를 받아들이는 시점과 대답을 하는 시점 사이에 학생들이 구성하기를 바라는 지식이 끼여들게 하거나 드러나게 암시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교사가 정보를 제공하고 발견술적인 질문을 하여 조심스럽게 도와주던 상황에서 학생 스스로 탐구하는 상황으로 이행해 가야 한다. 학생들은 그렇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다른 교수 맥락에서 만나게 될 상황이나 어떤 교수의도도 없는 가운데에서도 자기 스스로 탐구하게 될 때 비로소 지식을 진정으로 획득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교수학적 의도가 감추어진 상황을 브루소는 의도적인 비교수학적 상황이라고 부른다. 비교수학적 상황은 교사의 중재 없이도 수학적 지식이 문제해결의 도구로 구성되고 기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학생들은 문제가 새로운 지식을 획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선택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지식이 상황의 내적인 논리에 의해서 전체적으로 정당화되며, 그것을 구성해 내 수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2) 수학적 지식의 교수학적 변환

교사는 형식적인 수학적 지식을 보다 의미 있게 가르치기 위해서 그 지식의 근원, 의미, 동기, 쓰임새를 알게 해주는 일련의 활동을 교실 문맥으로 구성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학문적 지식을 가르칠 지식으로 변환하는 것, 교육적 의도에 의한 지식의 변형을 ‘교수학적 변환didactic transposition’이라고 한다. 수학적 지식의 교수학적 변환의 주체는 교과서 저자와 교사이다. 그것은 필요하며 불가피하지만 많은 문제점이 내포될 위험도 크다. 가르친 내용이 목표로 하는 지식을 알게 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의 적절한 교수학적 변환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므로 그 과정은 주의 깊게 진행되어야 한다.

수학자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전파하기 전에 그 과정을 숨기고 결과가 타당함을 밝혀주는 일반적인 이론을 찾아서 포장한다. 즉 사적인 지식을 탈개인화, 탈문맥화, 탈시간화 하는 것이다. 학생의 수학적 사고활동도 수학자의 그것과 유사해야 한다고 주장된다. 학생들에게 그러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교사는 수학적 지식이 등장하게 되는 실제적인 상황을 연구하고 학생에 맞게 제시해야 한다. 학생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탈개인화, 탈문맥화된 형식적인 지식을 개인화, 문맥화하여 활성화시킴으로써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이러한 교수학적 변환 과정에서 수학적 지식 형성에 대한 본질에서 벗어나 원래의 목적이 훼손될 수도 있다. 개인화․배경화 과정에서는 메타인지적 이동이나 형식적 고착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탈개인화․탈배경화 과정에서는 토파즈 효과나 주르뎅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토파즈 효과는 교사가 가르쳐야 한다는 ‘교수학적 계약’의 압박 때문에 풀이에 대한 명백한 힌트를 주거나 유도질문을 하거나 문제와 함께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지식을 구성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그러한 학습 환경을 일소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일상적 사고나 수학적․과학적 사고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수상황에서도 유추는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적절히 사용하면 매우 뛰어난 사고 방법이며 발견방법이 된다. 그러나 교수상황에서 그것을 잘못 사용하면 토파즈 효과를 재생하는 공포스러운 방법이 된다. 즉 학생들이 문제 상황에서 적절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할 때 이전에 접하였던 비슷한 문제를 제공함으로써 유추하게 하는 것은 실재적으로 문제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 토파즈 효과를 야기하는 것이다.

주르뎅 효과는 학생과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에 대해 토론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의 행동이나 대답이 사실은 평범한 단서나 의미로 야기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학생이 그러한 반응을 어떤 수학적 지식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으로서 어떤 수학적 지식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인정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토파즈 효과와 주르뎅 효과는 탈개인화․탈배경화 현상을 간과하여 발생한다.

메타인지적 이동 현상은 교수학적 고안물이나 발견적 수단 자체가 지도의 목적이 되어 교수학적 노력의 초점이 수학적 지식 그 자체로부터 고안된 교수학적 수단으로 이동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화․배경화의 과정을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이다.

형식적 고착은 지식의 전달에서 개인화․문맥화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여 개인화․배경화의 과정을 간과하고 논리적․형식적으로 표현된 수학적 지식이 곧바로 제시되는 것을 말한다. 즉 메타인지적 이동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3) 수학의 인식론적 장애

어떤 특정한 맥락에서는 성공적이고 유용하였던 지식이 새로운 문제상황이나 더 넓어진 문맥에서는 부적합해진 지식이 되는 현상을 인식론적 장애라고 한다. 이를테면 직관은 여러 가지 수학적 현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무한개념이나 극한개념의 학습에서는 장애가 된다. 인식론적 장애는 오류에 의해서 드러나게 되지만 이는 우연한 것이 아니고 앎의 방식이나 개념구성의 특성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재현 가능하고 지속적인 것이다. 이를테면 수열의 일반항이 0에 수렴하면 그 급수는 수렴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무한급수에 대한 개념을 가정과 결론을 바꾸어 잘못 기억하고 있거나 당장에 극한개념과 급수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오류라기보다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다룬 π=3.141592⋯와 같은 소수관념에 의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항이 0에 수렴하면 충분히 큰 첨수index에 대하여 그 이후에는 더해도 의미가 없다고 파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를 체제적 오류systematic error라고 한다.

인식론적 장애는 개체 발생적 기원에서 개체의 각 발달기의 한계 때문에 생긴 것이므로 장애를 피할 수 없으며 오히려 수학 학습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인식론적 장애를 피하기 위하여 극한의 개념을 곧바로 ε-δ나 ε-N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교사는 항상 그의 교수의 결과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다음에 오는 것에 반박될 수 있는 지식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학습자가 장애를 극복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학습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장애는 일반적인 지식과 같이 기각에 대하여 저항하고 조절과정을 따르면서 그 자신을 국소적으로 적응시키고, 최소한으로 수정하고, 축소된 영역 위에서 최적화하려고 시도한다. 따라서 장애극복은 지식을 적용하는 것과 똑같은 종류의 일로서 지식과 학생 사이의 대화, 반복된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 특히, 질적 비약을 위해 필요한 충분히 다른 정보적 조건을 갖는 상황에서 자신의 개념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들의 반복되는 오류를 찾아보고 수학의 역사에서의 장애를 찾아본 다음, 학습에 대한 장애와 역사적 장애를 비교하고 그 인식론적인 특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테면 수의 역사에는 인식론적 장애의 예가 풍부하다. 특정한 사회적 조건과 자료에 적합한 이질적인 측정은 오랫동안 일반화된 소수 체계의 발달과 보편적인 도량형 체계의 채택을 방해해왔다. 자연수와 같이 모든 분수가 몇 개의 분수로부터 생성될 수 있다고 가정한 분수 체계는 암흑시대 말까지 분수의 조직과 표현을 어렵게 하였고 소수로의 전환에 장애가 되었다. 고대에 모든 계산에서 비를 측정분수와 관련시켜 사용한 것은 비율분수의 형식화와 사상으로서의 수 개념 구성에 대한 장애가 되었다. 교수학이 이러한 역사적 문제를 이해하는 방식은 정밀해야 한다. 역사에서 알려진 지식창조와 관련된 조건을 고려하는 교수학적 상황 모델을 만들어내는 문제가 연구되어야 한다.

(4) 교수학적 계약

교사의 기대와 그것을 목표로 하는 교사의 활동에 대한 학생의 수용 사이에 존재하는 합의이며 교사와 학생이 조정을 위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할 지와 서로에게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관계를 교수학적 계약이라고 한다. 이러한 계약은 암묵적으로 존재하면서 교사와 학생을 압박하고 그들의 행동을 통제한다. 교수학적 계약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극단적 교수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사는 지식을 가르쳐야 하고 학생은 교사로부터 지식을 전수 받으며 교사가 요구하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책임이요 의무인 것으로 간주되어, 학생들은 주어진 교수학적 상황에 적절히 적응하기보다는 교사의 기대에 적응하기 위해 정답을 산출하는 데 급급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교사는 지식을 전달해야만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설명을 통하여 지식을 형식적으로 전수함으로써 학생이 진정한 이해에 필요한 조건을 빼앗기도 한다. 그리고 때때로 이해를 위한 지도의 수단이 학습의 대상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학생이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면 비슷한 예를 들어 보충설명을 하게 되는데, 이때 변형이 일어나 교수학적 계약의 파기가 초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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