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인터페이스

By | June 4, 2013

이 글은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정리한 자료입니다. 참고용으로만 사용하시고, 다른 웹사이트로 복사해가지 마세요.

우리는 흔히 사물의 형태를 단지 구조를 감싸는 비본질적인 ‘외피 또는 모양새’로만 파악하지만 형태는 사물을 인지하는 감각을 유발하고 사물의 존재 의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여기에는 언제나 사물과 사람 사이의 의미적 상호작용이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일상의 경험에서 우리로 하여금 잘못된 인지와 행동을 하게 하는 사물과 이미지의 형태를 ‘의미적 부적절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발생하는 경우를 주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사용자가 형태를 식별하거나 구별할 수 없을 때입니다. 예컨대 레스토랑에서 주로 후추통과 소금통은 모양이 동일하고, 후추통의 구멍이 소금통의 구멍보다 더 많습니다. 그러나 이 둘을 구멍의 수만으로 구별하는 것은 우리의 인지적 경험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둘째, 형태가 사용자로 하여금 의도된 방식으로 조작할 수 없는 무능력을 초래할 때입니다. 물의 온도와 세기를 조절하는 샤워기의 조절기는 처음에는 두 개의 손잡이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후에 하나의 손잡이만으로 이 둘을 모두 조절하는 형태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이 처음 등장하였을 때 일차원적 조작에만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원하는 대로 쉽게 조작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손잡이만을 가진 샤워기 조절기가 보편화되어 어린이들도 큰 불편함 없이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 예에서 볼 수 있다시피 의미적 부적절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사용자가 속한 문화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셋째, 사용자가 형태를 통해 사물과 이미지의 성격을 탐색할 수 없거나 다른 부차적인 도움 없이는 파악이 어려울 때입니다. 제품 사용 설명서 없이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수많은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부적절성은 디자이너가 탐색을 위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해롭지 않은 유희적인 속성을 조장하는 차별화된 형태 또는 참신한 형태를 사용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제품 사용 설명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제품에 대한 ‘마음의 모델’을 형성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인지적 재현력을 고려한 설명서를 제작해야 합니다.

넷째, 형태가 조작 또는 행동해야 하는 상징적 환경에 부합하지 않을 때입니다. 디자이너는 사물의 해석이 다른 사물들의 상징적 질에 얼마만큼 상호 작용하고 관계하는가를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이미 20년 된 CD 플레이어는 아직도 멀쩡한 소리를 들려주지만 오늘날 휴대용 MP3 플레이어나 PDA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의 표현적 욕구를 더 이상 만족시켜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청소년 또는 젊은이들의 정체성을 저의하고 있는 사회 문화적 환경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좋은 디자인이라면 정서적(심미적) 차원이건 또는 조작적 차원이건 간에 사물과 이미지에서 취해진 정보에 대해 사용자가 ‘대화’하기 위해 스스로 ‘동조’하는 방식을 유도해내야 합니다. 이러한 동조 방식은 일상 삶에서 흔히 사물과 이미지가 지니는 ‘매력적인 속성’으로 경험되는데, 이것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지각하고, 인지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다음의 몇 가지 개념들은 이러한 이해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맥락 context 또는 환경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상호 작용은 이것이 발생하는 맥락과 분리해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은 언제나 특정 맥락 또는 환경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칼’의 존재 방식은 일차적으로 무언가를 자르기 위한 데 있지만, 칼이 어떤 용도의 맥락에서 사용되는가는 칼 자체의 구조적 성분과 칼날의 정도를 결정합니다. 즉 칼이 잘 드는지 아닌지는 ‘베어지는 물질과 사용 장소’에 따른 것으로, 여기서 칼 자체의 구조적 성분과 칼날의 예리한 정도는 칼이 지니고 있는 내부 세계의 속성이지만 베어지는 물질과 그것이 위치되는 맥락은 칼의 외부 세계에 속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칼은 칼이 쓰이는 외부 세계의 특정 맥락에 따라 정의된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편지 봉투 자르는 무딘 칼에서부터 예리한 회칼에 이르기까지 칼의 용도를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이와 같이 디자인의 의사 결정은 사물이 특정 맥락(사회 문화적인 조건) 내에서 상호 작용하는 관계를 파악했을 때만 일상의 세계에서 사람과 관계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공성 affordance

사람들은 환경으로부터 어떠한 정보적 단서도 제공받을 수 없을 때 의도된 행동을 취할 수 없습니다. 이는 ‘제공성’이라 불리는 정보가 사람과 사물 사이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제공성이란 사물이 지니는 실제적 또는 지각적 속성으로서 특정 사물이 어떻게 사용되고 경험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기본적인 정보를 뜻합니다. 우리는 일반 상점의 출입문에서 문이 어느 방향으로 열리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종종 경험합니다. 이는 출입문이 우리에게 아무런 시각적 제공성visual affordance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공성의 결핍에서 오는 이러한 유형의 경험은 출입문 열기와 같은 작동의 맥락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맥락에서도 발생합니다. 사람들이 속한 문화적 환경은 수세기에 걸쳐 진행된 상호 관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물은 그 문화적 속성에 적합한 정체성을 제공해야 합니다. 1910년대 개화기에 우리나라에 전차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전차에 양반과 평민이 앉는 좌석 공간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만일 별도로 구획된 칸막이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당시 양반들은 아무리 편해도 전차를 절대로 타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근대적인 방식의 첨단 운송 수단인 전차도 전통적인 신분제 사회의 문화적 기준을 뛰어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마음의 모델 mental model

사람들은 사물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사물에 대한 ‘마음의 모델’을 먼저 구축합니다. 사용자는 이전에 학습하고 훈련했던 경험을 통해 사물이 어떻게 경험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마음의 모델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자동차의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차가 오른쪽으로 회전할 것이라는 마음의 모델을 갖고 운전석에 앉습니다. 따라서 사물에 대한 이해는 가시적인 형태와 구조에 대해 마음의 모델이 지각하고 탐색한 최종 이미지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 심리학에서는 마음의 모델이 ‘스키마schema’라는 인지 구조에 의해 구성된다고 설명합니다. 스키마란 지각자로 하여금 어떤 유형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보게 하는 일종의 행위를 통제하는 기제를 뜻합니다. 스키마는 무엇이 지각되어야 할지를 결정하고 통제하여 환경에 대한 개인의 경험을 구축하는 기능을 합니다. 삶의 경험에 대한 각 개인의 지각 패턴은 독특하기 때문에 스키마는 특정 문화와 사회화 과정들이 공유된 환경을 제공하는 범위까지 일반적인 모습을 공유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물과 사건에 대해 다른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지도 그리기 mapping

위에 설명한 마음의 모델이 스키마에 의해 인지구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작용 중의 하나는 ‘마음의 지도 그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사물과 이미지에 대해 ‘반응하고자 하는 것’과 ‘주어진 정보’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행위와 결과 사이에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인터페이스의 대화형 디자인은 사용자의 마음속에 그려진 지도에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사물과 이미지의 지각 과정을 구축할 때 보장됩니다. 그러나 어떤 사물과 이미지가 지도 그리기에 일치하는지는 사회 문화적으로 학습된 경험 체계(스키마)에 따라 다릅니다. 바로 이 점이 디자인에 반응하는 개별적인 사용자의 선호와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선호와 차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물과 이미지에 대해 상이한 대화 능력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는 적어도 선호, 경험, 감각 등에서 기본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 세상에 언제나 변함없이 즐거움을 주는 단독의 형태와 비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치 더운물을 만졌을 대 어떻게 느껴지는지는 손이 방금 전에 더운 물통에 또는 찬 물통에 있었느냐에 따라 다르듯이, 우리의 형태에 대한 감각은 맥락에 따라 달리 반응합니다. 그 동안 그토록 디자인 실무를 지배했던 ‘형태 단순성의 원리'는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형태 요소에 대한 이념적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만큼 너무 단순한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적 감각의 기원에 대해 연구했던 심리학자 다니엘 벌린Daniel Berlyne은 인간의 미적 행동은 심리학적인 ‘각성 수준arousal level’과 관계가 있다고 파악했는데, 사물에 대한 즐거움은 보통의 각성 수준에서 가장 컸다고 제안했습니다. 즉 그는 너무 적거나 너무 큰 각성은 즐거움을 덜 제공하며 또한 각성의 적당한 증가가 즐거움을 유발한다는 결과를 얻어냈던 것입니다. 벌린의 연구 결과로부터 우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디자인은 언제나 변함없이 단순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성과 복잡성, 질서와 변화, 또는 프로이트식의 ‘에고ego’와 ‘이드id’ 사이에서 어떤 균형 감각을 추구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벌린이 말한 사물에 대한 ‘각성 잠재력arousal potential’은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성 수준은 습성화되기 때문에 친숙성이 높아지는 반면 선호는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잠재적 각성을 증가시키는 새롭고 참신한 형태를 개발해야 합니다.

동기와 자기 정체성

일반적으로 동기는 행동의 원인 또는 이유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행동을 조정하고 그 행동에 방향을 부여하는 기능을 합니다. 동기에는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있으며, 이 둘은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지만 다른 인지적 패러다임으로 향합니다. 즉 외적 동기는 사물의 용도적 목표를 향해 당장에 해결해야 할 문제, 또는 최적화되어야 할 조건들을 말하는 것으로 앞서 설명한 디자인의 실질적 기능은 바로 이러한 동기에 부합합니다.

은유

많은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디자인상에서 의도했던 마음의 모델이 사용자가 갖고 있는 마음의 모델과 동일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자기의 의도를 사용자에게 직접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디자이너와 사용자 사이의 마음의 모델은 엄밀히 말해 똑같지 않으며, 언제나 두 모델 사이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의미적 간격’이 존재합니다. 은유는 이러한 간격을 좁히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상징적인 중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유는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디자인한 인터페이스를 위해 쓰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복잡한 추상적 사고를 ‘알기 쉽게’ 하고, 둘째는 ‘기억하기 쉽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별도의 노력을 통해 복잡성을 극복함으로써 마음의 모델을 구축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또한 그들은 구별되지 않는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모두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그들이 관리하고 구분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 번에 기껏해야 다섯 내지 일곱 덩어리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도움으로 수많은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한 혁신적인 디자인은 역설적으로 배우고 이해하기가 힘들고, 사용하기는 더욱 더 복잡해서 미칠 지경으로 만듦으로써 우리의 삶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미궁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때 은유는 복잡한 새로운 기술을 이미 친숙한 개념과 연결시켜 줌으로써 새로운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서적 : 김민수 교수님의 책 「21세기 디자인 문화탐사」

이미지 출처

Leave a Reply